2008년 05월 06일
책 - 대한민국은 군대다
<제목> : 대한민국은 군대다
<저자> : 권인숙
<출판사(년도)> : 청년사(2005)
<자체 평점> : ★★★☆ (5별 만점)
<독후감>
도전 받지 않는 권력 - 군대
대한민국은 군대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해 고른 책. 요즘에 군대 때문에 고민하는 나 때문인지, 아님 그냥 계속 해오던 고민 때문인지 부쩍 군대에 대한 것. 군대 문화. 관심이 많아 졌다.
대한민국의 젊은 남성들은 신체에 장애를 갖지 않는다면 누구나 군대에 간다. 편법을 쓰는 방법으로 군대에 가지 않기도 하지만 논외로 하자. 그들은 군대에 가지 않음으로써 욕을 많이 먹고 있으니까. 어쨌든 여자를 아줌마 vs 아가씨로 나누는 것과 유사하게 남자도 군필 vs 미필로 나눈다. 여자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군대를 다녀온 남자를 철든 남자. 어른이 된 남자. 정상남자로 바라보고,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은 어린 남자. 철이 없는 남자. 더 나아가서 나쁜 놈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는게 우리 사회다.
내 친구들 혹은 아는 사람들이 이상한건지, 내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정도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군대 가는걸 싫어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의 경우도 그럴꺼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군대에 가지 않는 돈 많은 집의 아들이나 해외로 도피 한 사람들을 보며 욕을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남자라면 거쳐야 하는 군대. 전쟁을 겪은 나라여서 그런지 몰라도 군대를 모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모두 동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인 남성이 모두 군대에 다녀오고 있는 현실. 하지만 누구나 군대 문화, 군사주의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호기심을 갖지 않는다. 군대는 우리나라에서 신성화된 곳으로써 건들지 못하는 곳이다. 군사정권에서 아직 벗어난지 아직 20년이 되지 않아서일까. 나도 '군대'라는 거대한 권력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겁난다. 하지만 얘기하지 않고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많다.
군대는 국가에 꼭 필요한 집단이다. 국가의 안보,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존재며 한국의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그 존재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아직까진 나라에 군대를 없애자고 주장하긴 어렵다. 아마 100년 후 내가 죽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곳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라는 걸까? 바로 징병제다. 대한민국 남성은 국가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모두' 가야 한다.
군대를 간다는 것은 남자를 '정상 남자'와 '비정상 남자' 로 나눈다. 모든 남자들을 신체검사를 통해 1~3급을 현역, 4급을 공익, 5급으로 등급을 나눈다. 군대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의무를 지지 못한다는 생각에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군대를 가는 사람들은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며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군대 얘기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부끄러워 한다. 그 뿐 아니라 '군대를 가는 남자' vs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를 나누며 가부장적인 사회 시스템을 재생산 한다. 국가를 총과 칼을 들고 지켜야 하는 사람들은 남자며, 그런 남자들의 희생을 통해 노인, 어린이, 여성들은 보호받는다. 2년동안 자신을 희생한 남자들은 그런 희생을 보상받기를 원하며, 그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로 '군 가산점' 제도이다. 비록 '군 가산점'제도는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그 문제를 갖고 불합리함을 느끼는 남성들이 있다.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나라를 지키는 남자'란 존재는 가정 속으로, 연인 속으로, 친구 속으로 등등 들어가 다시금 그 형태를 알맞게 바꾼다. '군대간 자' vs '군대를 가지 않은 자'에 대한 구분은 광범위한 남성들이 군대를 감으로써 만들어지는 형태로 징병제가 지금과 같이 유지 된다면 크게 바뀌지 않을 요소다.
그 외 사회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군대 내의 계급주의, 남성주의 문화를 들 수 있다. 처음에 군대를 간 남자들은 이등병(보편적)으로 가장 하위 계급으로 시작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계급의 명령을 거의 절대적인 수준으로 따라야 한다. 이는 군대의 생리로써 전시상황에선 상명하복의 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군대 자체의 문화를 개혁하라는 주문을 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많은 남성들이 군대에서 이런 계급주의 문화를 느끼고 나온다는데 있다. 사회에서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을 철이 들었다고 하는데, 상사의 말을 잘 듣고 아랫 사람을 수월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 보편적인 인식 때문에 그렇다. 창의적이고 유연적인 사고가 필요한 21C 사회에서 이런 문화는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전진하는데 꼭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계급주의 이외에도 군대 내에선 남자는 남성성을 취득하기를 강요받는데, 계급이 낮은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 여성성을 지닌 존재로 취급받다가 계급이 올라가면서 남성성을 지닌 존재로 강요받게 된다. 그런 수단으로 다시금 아랫 사람을 약한 상대, 여성성을 가진 상대로 취급한다. 사회에 나가서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찌할 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책은 여성주의 관점으로 군대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학생운동의 사례를 적용하기도 한다. 저자는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됐던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로 학생운동가였다. 덩달아 흥미 있던 주제에 대해 접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과거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학생운동이 권위적이고, 남성중심적, 가부장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여성운동가들이 학생운동 사회에서 살아남는 길은 여성성을 버리고 남성성을 갖거나 모성성을 갖는 길이 유일했다고 했다. 당시 대학생들의 남녀 수는 남자가 월등히 많기도 했지만, 토론에서, 가두집회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부족했고 뒤에서 보조해주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자신도 그런 역할을 했으며 그때는 그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리고 학년 별로 지식의 정도가 다르다고 여기고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방식이 행해졌다고 한다. 학생운동도 선후배 사이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소리다.
87년 민주화운동의 학생운동은 그들이 진보적인 이야기를 외쳤다기 보단, 어쩌면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정권의 폭력을 참을 수 없는 학생들이 '애국심'을 갖고 거리로 나와 '반독재'운동을 펼쳤다고 평가 할 수 있다. 시대적 요구였고 정당한 항거였다. 하지만 그들을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의감', '애국심' 으로 뭉친 학생들은 아니었는지.
어쨌든 나는 군대에 갈 것이다. 지인들에게 떠보는 식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가 '애비, 못할 소리'란 말만 들었다. 나도 강고한 신념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엄청난 일(?) 을 하기가 두렵다. 결국 군대에 가겠지. 군대에서 선임들 기분도 맞추고 잘해드리고 굳은 일도 하고 욕도 좀 먹고 어쩌다가 맞기도 하고... 이런건 걱정되지 않는다. 사회의 부당함, 부조리, 불의에 대해서 침묵하고 넘어간 일이 어디 한 두번이던가. 하지만 가장 무서운건. 내가 보고 들은 걸 체내화시켜 그대로 답습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이다. 내가 변할까봐 두렵다.
목차
1장 국가주의적 평화와 군사화
1. 들어가는 말
2. 평화의 의미
3. 평화를 위한 군사화
4. 여성의 군사화
5. 한국의 국가주의하에서 평화
6. 마치는 말
2장 1980년대 학생운동의 군사화와 성별화
1. 1980년대 학생운동 평가
2. 국가가 형성한 정체성의 이해
3. 전투적 시위 문화와 성별화
4. 성 차별적 학생운동 문화와 성 위계
5. 마치는 말
3장 한 여성 활동가 이야기
1. 어린 시절: 박정희의 이상적 어린이
2. 김상인의 학교생활
3. 대학 생활: 이상적인 여성 활동가 되기
4. 공장 활동, 결혼과 이혼
5. 집단과 개인에 대한 성찰
4장 징병제와 젠더
1. 들어가는 말
2. 도전받지 않아 온 제도
3. 민족국가와 전사의 희생
4. 군가산점 논쟁의 성별 논리
5. 모성과 부성
6. 남성화된 전사적 연대감과 남성성
7. 마치는 말
5장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과 남성성
1. 들어가는 말
2. 군대 내 남성 간 성폭력은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3. 마치는 말
# by | 2008/05/06 09:00 | 서평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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