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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연수 알바 후기

 2주간에 잠적. 그건 본의아닌 잠적이었다. 왜 그랬을까. 돈이 필요해서였을까. 돈도 필요했지만 약간 혹한 것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 말이지..

3월 9일부터 2주 동안 알바를 했다. 편하다는 선배의 말만 믿고 무작정 따라갔다 조금 후회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던 알바였다.

 처음 갔을 때 이 곳이 영어연수를 하는 곳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그냥 사무실 경비 역할을 하면 된다는 말은 거칠게 표현하면 뻥이었다. 나는 아침 9시부터 밤 9시~11시 까지 하루 종일 강의실에 앉아 강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체크하고 프린트와 잡일을 도와주었다. 계약서 이런 것도 없으니 어따 하소연 할 데도 없지만... 노동의 강도가 세지 않고 숙련도가 필요하지 않은 알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억울하긴 하지만 먹여주고 재워주고 스파도 시켜주고 했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다.

 교육받으시는 분들은 모두 엔지니어 분들이었다. 건설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라 떡대도 좋으시고 손에도 실핏줄이 조금씩 보였다. 그래도 기업에서 영어 교육을 받으라고 보내신 분들이니 만큼 실력도 알아주고 영어도 배울 열의가 있으신 분들이라. 힘들어하셨지만 열심히 공부하셨고, 30 ~ 40 대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좀 받았다. 아직 창창한 20대에 이렇게 놀고 앉아있으니~!! 왜이렇게 군대가기 전에 공부가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강의를 하시는 분들은 역시 영어를 무지하게 잘한다. 선생님들은 총 세 분이 있었는데 한 분은 외국에서 살아서 영어와 한국어를 같이 배웠고 두 분은 영어가 모국어다. 그들의 강의를 보조해주기 위해 생존 영어를 구사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실 생각지도 않던 영어 구사라 매우 재밌었다.

 왜 우리는 영어를 문자로 공부하나. 문법으로 공부하나. 외국인과 대화하다 보면 저절로 외국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100%는 아니더라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진다. 나와 다른 문화 체계 속에서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편협한 사고에 갇혀있던 나 자신을 좀 더 열린 사고로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삶의 방식도 추구할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 삶의 방식의 다양성에 대해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일. 죽은 외국어 교육을 살아날 수 있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여튼 이런 저런 이유로 외국어 공부를 하지 못한 나로선 외국인과 대화하기가 좀 벅찼다. 군대가서 영어 공부좀 해야지..  수업이 끝나고 같은 방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많았는데, 처음엔 스포츠, 음식과 같은 가벼운 이야기를 주로 하다가 결국 별로 할 얘기가 없으니 오바마 얘기를 하게 됐다.

'오바마 멋있어, 짱이야'
'오바마 경제위기 너무 큰거 닥쳤다. 걱정된다'

 오바마 얘기를 해보니 오바마 얘기와 관련된 견해는 한국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체로 부시의 외교전략, 경제정책 등 에 대해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라. 그리고 보호주의가 어쩌구 하다가 FTA 얘기가 나왔는데, FTA는 확실히 생각이 다르더라. 미국 정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소를 수입하지 않아도 상관 없다고 했으며(축산업자가 아니니까 패스), 소가 수입되어도 결국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이지 FTA 협상에서 다뤄질 것이 아니라고 했다.(소비자의 선택이란 개념은 FTA찬성론자들의 주장이고 미국에서 주장하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일어났던 경우는 단 한 번이었으며 도축과정은 매우 비위생적이지만 유통과정에서 한국보다 적용하는 기준이 높기 때문에(한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고 자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뭐 그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쿨럭
여튼 대화를 하니 타협될 것 같은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주장도 열심히 했지만 짧은 영어실력으론 한계가 있었다. 미국인의 견해를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다음얘기를 했다. 

 그 중 인상적인 얘기는 키에 관한 얘기였다.
한국 여자들은 키큰 남자들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건 아시아 여자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 (그는 중국계 미국인이다.)
아시아에선 남녀관계가 남자가 여자를 보호한다는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유교의 영향때문에 그렇다고..
뭐 나처럼 외쿡 잘 안다녀본 사람도 유교 얘기를 들먹이니 이해가 된다.

 뭐 이렇게 난생 처음으로 2주 동안 외국인과 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안 되면 사전 찾아보면서 말이다. 갑자기 카츄사가 가고 싶어지는 카오스가 되었지만, 마음을 추스리고 2년 동안 처박혀 살면서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려고 마음 먹었다. 좀 더 내 견해에 대해 말하고 싶고, 더 나아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말하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꼽지만 현재 세계 공용어는 영어니까, 영어에 쓰는 시간이 조금 아깝더라도 시간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별로 없는 관계로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나이지만, 하나 하나의 경험들이 소중히 쌓여 나의 든든한 밑받침이 되리란 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단순한 '경험'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삶을 이뤄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해볼 수 있기에. 그 사람들의 종류에는 경계가 없다.



by 하심 | 2009/03/26 13:43 | 뒷날의 기록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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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_Penguin at 2009/03/28 16:42
수입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거보니 그 쪽에는 문외한인 분이시구만 ㅋㅋ
작년 미국 쇠고기 수입량, 수입금액 크기 3위가 우리나라인데말이지 -_-;;;
뭐 다른 이야기도 태클걸고 싶으나 안드로메다 갈까봐 패스 ㅠㅠ

영어 중요하지. 흑 나도 영어 잘 하고 싶은데, 왠지 영어책만 보면 없던 잠도 막 온단말야 ㅠㅠ
재미있는 아르바이트였네 진짜. 의도치 않은 노동착취-_-는 좀 그렇지만, 그것도 경험이지 뭐 ㅎ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서삼경에는 키 큰 남자를 선호하라는 말 따위는 없음 ㅋㅋㅋ
글케따지면 지들 인종차별 하는건 예수가 그렇게 시켜서 하는건가 -_-;;
Commented by 하심 at 2009/03/30 11:00
ㅋㅋ 형 갑자기 발끈모드 ㅋ
유교에 나왔다기 보단 유교적(가부장적) 이란 얘기였어요~ ㅋ

그런데 수입금액 크기 3위라는건 저도 잘 몰랐는데.. ㅋ

어쨌든 이런 저런 얘기도 하니까 좋더군요. 저도 어서 프리토킹 할 수 있는 그날이 오면..

막 설득해야죠 ㅋㅋ 안좋아할라나~
Commented by at 2009/04/03 12:11
군대도 생각대로 하면 되고~ 영어 공부 꺄

.....

나도 그러려고 했었지.. 암 . 그랬었다구........ 제길ㅋㅋㅋ
Commented by 하심 at 2009/04/05 00:34
ㅋㅋㅋ

최대한 노력해야지

여튼 반갑군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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